얼마 전 북한 3대 세습과 관련해서 경향신문과 이대근 논설위원이 이에 침묵하는 민노당과 친북 주사파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멀리서 지켜보는 제 3자의 입장에서 꽤나 뒤가 궁금해 지는 일갈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기에 기대감은 슬픔으로, 소신은 확신으로 변했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아래와 같은 확고한 백기투항을 선언했으며 더 나아가 바닥에 납작 엎드려 행여나 있을지 모를 그들의 분노를 삭히려는 눈물 어린 시도를 했다. 차마 맨정신으로는 읽기 힘든 그의 과감한 사상 전향서를 한번 보자.

 “김정일은 20대 시절,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당의 핵심인 조직지도부로 들어가 작은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고, 불과 3년 뒤 25세의 나이에 갑산파 숙청이라는 북한 정치사의 큰 사건을 맡아 해결한 바 있다. 그건 보통 젊은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수령의 아들만이 할 수 있다. 김정은도 마찬가지다. 2대 수령의 아들이라는 지위로 그동안 당·군의 주요 사업을 배우고 지도했을 것이다. 사실 20대에 항일 빨치산 대장을 한 김일성을 비롯, 수령들의 20대 시절 탁월한 영도력에 관한 이야기는 북한 사람이 늘 듣던 것이다. 북한 후계자론도 ‘새 세대’라는 자격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니 너무 나이를 따지지 말자”

수령의 아들만이 할 수 있다.
수령의 아들만이 할 수 있다.

 멀리서 희미하게 그들이 목소리가 들려온다.

예수 그리스도, 그는 하나님의 아들이기에 오직 그만이 이런 기적을 행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 그는 선택받은 the one이기에 그만이 모두를 구원할 수 있다.

그 누군가의 말처럼 이쯤되면 막하자는 이야기 인 것 같다.

 고작 이 정도의 반발에 과감히 사상전향을 선언하고 백기를 투항하는 이대근 씨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안쓰러웠지만 현재 한국 좌파 내부에서 개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얼마나 희박한지 훌륭히 보여준 셈이다. 자그마한 용기라도 보인 그를 욕하고 싶지는 않다.

 이제 시선을 돌려서 진중권을 보자. 진중권은 반북에 가깝기에 북한에 대한 이대근씨의 비판에 힘을 실어주었고 민노당의 애매한 태도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하지만 어째 분위기가 심상찮다. 현재 NL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언론들 ; 미디어 오늘, 서프라이즈,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이 각종 칼럼과 기고를 통해 경향과 진중권에 대한 공격을 시작해 온다. 그 어떤 일개 네티즌과도 끝을 보는 전투를 즐겼던 진중권은 NL지식인들의 합동 공격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응답한다. 심지어 경향의 이대근이 과감하게 사상 전향을 선언하고 GG를 선언해도 진중권은 가타부타 아무런 말이 없다.

 헤어진 여자를 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여자를 찾는 법이라더니 진중권은 금세 새로운 놀이감으로 갈아탄다. 바로 황장엽이다. 황장엽의 현충원 안장을 반대하는 그의 의견은 친북 인사들과 맥을 같이 했고(개인적으로도 공감) 그는 이 사안에 대해서 수도 없는 의견 표출과 비아냥을 곁들이면서 그들에 대한 사과 인사를 대신했다.

그래, 결국 진중권은 그만의 방법으로 항복을 선언했다. 

 결국 한편의 블랙코미디 였던 셈이다. 싸움은 싱겁게 끝났지만 결말도 싱거울지는 두고볼 일이다. 한국 재벌들에 대한 좌파 진영의 비판의 목소리는 그들이 사용했던 논리를 그대로 돌려주면 바로 침묵의 재갈이 된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 오너 위주의 경영이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는 시기에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 하지 않느냐" 는 방어선을 펼치면 도무지 뚫을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 좌파 내부의 비 합리성과 패권주의도 교정하지 못하면서 보수 진영에 대한 비판이 진정성과 힘을 얻을지도 의문이다.


상식이 진리인 세상을 꿈꾸는데..
악을 악이라 말하지 못하는 그대들의 상식은 무엇인지. 참 그들만의 세상이다.